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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온은수는 잠깐 넋을 잃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른 기침을 했다.

"내 마음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입 좀 다물어."

차수현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아부의 역효과를 맛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둘은 조용히 집으로 향했다.

온 회장과 함께 저녁밥을 먹고 난 둘은 제각기 휴식을 취했다.

……

이튿날 아침, 온은수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차수현은 오늘 오래간만에 일찍 깨지 않고 조용히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깊게 잠들었다. 어제 너무 피곤했던 탓에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녀린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자고 있는 차수현을 보고 온은수는 자기도 모르게 어제 봤던 자료들이 떠올랐다. 그는 10대의 어린 소녀가 자신과 아픈 어머니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온은수는 차수현이 약간 짠하게 느껴졌다. 그녀한테 못되게 대한 게 약간 후회되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온은수는 차수현을 깨워서 침대로 올라가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차수현의 옆에 가자마자 잠결에 몸을 돌린 그녀의 긴 다리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온은수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차수현의 위로 넘어졌다.

한창 잘 자고 있다가 무거운 무언가에 깔린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버렸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코앞으로 다가온 온은수의 얼굴부터 보였다.

차수현은 잠깐 로그아웃 되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꺄악…… 웁!"

당황한 온은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차수현의 입을 막았다. 바로 자신의 입술로 말이다.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했던 차수현은 완전히 로그아웃 되었다. 그녀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마치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차수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손을 올려 온은수를 힘껏 밀어냈다.

차수현한테 밀려난 순간, 온은수가 평소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기던 이성이 드디어 돌아왔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무슨 짓을 했지?'

온은수한테 접근하려는 여자는 항상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딱 그날 밤만 빼고 말이다.

온은수는 차수현과 함께 있을 때 머리가 가끔 고장 난 것처럼 평소에 하지도 않던 짓을 했다..

겨우 진정을 한 차수현은 손을 올려 입술을 닦았다. 그녀는 온은수의 행동이 놀랍기도 하고 화나기도 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놀라움에 정신 줄을 놓고 있던 온은수는 차수현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눈물이 한층 맺혔고 공포와 분노도 함께 담겨있었다.

온은수는 약간 불쾌한 기분으로 몸을 일으켰다.

"나는 너를 깨우려고 했을 뿐인데 네 발에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어. 그리고는……."

온은수는 말을 머뭇거리면서 귀가 빨개졌다.

"네가 아침부터 큰 소리를 내면 아버지의 의심을 살까 봐 그랬어."

온은수는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 마치 그의 속이 보이는 것처럼 덤덤한 것처럼 말이다. 만약 차수현이 그의 설명에 토를 단다면 트집을 잡는 것으로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차수현은 여전히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이후, 온은수와의 신체 접촉은 그녀의 반감을 일으키기만 했다.

차수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줘요. 은수 씨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 믿어요. 저희가 한 약속을 절대 잊지 마세요."

차수현이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온은수는 콧방귀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생각하면 생각 수록 기분이 불쾌했다.

온은수는 단 한 번도 타인의 미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그의 키스가 독이라도 되는 것처럼 격렬하게 반응했다.

불쾌한 기분이 가시지 않아 온은수는 아침밥도 먹지 않은 채 바로 회사로 떠났다.

차수현은 그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다.

……

회사에 도착한 온은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고 있을때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온은수는 오늘 아침의 짧은 키스를 떠올리며 넋이 나갔다.

결벽증이 있는 온은수는 이상하게도 이번 '사고'가 싫지 않았다. 심지어 끝도 없이 계속 떠올랐다.

오늘 아침의 키스는 그날 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자처럼 청순하고 달콤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발견한 온은수는 일부러 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따라 자신이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았던 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윤찬을 불러왔다.

"내가 그날 조사하라고 했던 여자는 어떻게 됐어?"

윤찬은 자료를 내밀면서 대답했다.

"비록 CCTV 영상은 없지만 호텔 당직 직원의 이름을 찾았어요. 혹시라도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명단을 훑어봤다. 그가 마침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구석진 곳에 적혀있는 차수현의 이름을 발견했다.

온은수의 눈빛은 순식간에 예리해졌다.

차수현은 절대 흔한 이름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런 우연은 더더욱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날 밤의 여자가 차수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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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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