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원유희는 놀라서 몸을 벌벌 떨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꽃병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유희는 얼굴을 들어 표원식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귀에 상처가 났고 피가 귀를 타고 흘러내렸다. 총알이 스쳐 지나간 상처였는데, 1밀리미터만 더 기울었으면 귀가 뚫릴 뻔했다. 원유희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김신걸이 너무 미웠다. 하지만 너무 약해서 반항할 수가 없었다. 항상 그랬었다. 이런 송곳 같은 아픔에 그녀는 기절할 것 같았다. “당신들 아들 잘 지켜. 다음번에는 직접 심장을 뚫을 줄 알아.” 김신걸은 총을 거두고 옆으로 던졌다. 그러자 경호원이 총을 받아서 넣었다. 김신걸은 문어귀로 걸어가서 바닥에 있는 원유희를 안고 나가 차를 타고 떠났다. 그들이 떠나자 표씨 부부도 일어났다. 그들은 너무 오래 무릎을 꿇고 있어서 무릎이 시큰거렸다. 나수빈은 남편에게 부축을 받고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아직 방금 전의 위험에서 회복되지 않았다. “왜 그러셨어요?” 표원식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도 기복도 없이 차분했다. 표씨 부부는 얼굴에 죄책감이 스쳐 지나갔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부모님 외에는 아무도 내가 나가는 노선을 모르거든요. 단지 자신의 부모에게 배신당했다는 게 내 마음을 차갑게 하네요.” 표원식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지 않았다. 그는 원유희가 떠난 방향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서재로 갔다. 표원식의 아버지는 급해서 말했다. “너도 봤잖아, 김신걸이 원유희를 놓아줄 리가 없다는 것을! 세상에 여자가 많고 많은데 왜 하필 원유희냐? 넌 그렇게 많은 지식을 배워놓고 그런 것도 구분 못하니?” “나는 평생 지식을 배웠어요. 하지만 원유희가 내 인생에 나타났을 때 비로소 예전의 내가 얼마나 허무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았는지 알게 되었어요.”표원식은 서재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표씨 부부는
김신걸은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검사를 했다. 원유희는 김신걸에게 안겨 차에서 내렸고 무기력하게 김신걸의 품에 안겨 개인 비행기를 갈아 타 귀국의 길에 올랐다. 비행기에 오른 후 김신걸은 원유희를 침대에 눕혀 얼굴, 코, 작은 입에 키스를 했다. “내가 얼마나 너를 죽이고 싶었는지 알아? 왜 도망쳤어? 내가 널 죽이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원유희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김신걸의 집착스러운 눈빛은 그녀를 뱃속으로 삼키려는 것 같았다. “돌아가면 내가 최면술사를 찾아서 너에게 깊은 최면을 걸어줄 게. 그러면 너도 더 이상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을 거야.” 김신걸의 말투에는 상의의 여지가 없었다. 원유희는 놀라서 혼비백산할 것 같았다. ‘깊은 최면? 기억을 잃게 하는 그런 최면 방식 말인가? 사람을 거짓으로 꾸며낸 아름다움 속에 살게 하는 그런 거? 그러면 꼭두각시랑 다를 게 뭐야?’ “안돼, 김신걸, 난 돌아왔으니까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 거야, 나한테 최면 걸지 마!” 김신걸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만지며 검은 눈동자로 그녀의 영혼까지 파고드는 것같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진주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싫어, 난 최면을 안 할 거…… 읍!” 원유희의 작은 입은 김신걸에게 막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격렬하게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녀의 발버둥은 김신걸 앞에서 아무 소용도 없었다. 원유희가 깨어날 때는 병원에 있었다. 그녀가 놀라 벌떡 일어나자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아 아팠다. 원유희는 자신이 왜 어전원이 아니라 병원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문득 김신걸이 최면을 걸겠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김신걸이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심지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날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안 돼, 난 최면 같은 거 받기 싫어.’원유희는 황급히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 신발을 신고 문
유담은 김신걸 앞에 가서 그의 한쪽 긴 다리를 안고 작은 얼굴을 들어 억울하게 울며 말했다. “아빠…… 엄마 괴롭히지 마요, 우린 엄마가 최면받는 게 싫어요. 엄마가 괴로워한다 말이에요!” 이때 조한도 와서 말했다. “아빠, 우린 엄마가 없으면 안 돼요, 아빠가 없어도 안 되고요.” 상우도 와서 말했다. “아빠 엄마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엄마와 데이트도 하러 갔잖아요. 이제는 엄마를 안 좋아하는 거예요? 아빠가 엄마를 안 좋아하면 우리도 엄마랑 가출할 거예요!” 원유희는 세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녀는 벽에 몸을 붙이고 바닥으로 미끄러져 바닥에 앉아 통곡했다. 김신걸은 예리한 눈으로 원유희의 비통한 얼굴을 뚫어지게 보더니 마음속에 기복이 생겼다가 다시 평온 해졌다. 그러더니 또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치 두 감정이 몸 안에서 다투는 것 같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 “아이들에게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해.” 김신걸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원유희는 눈물이 글썽해서 눈앞의 흐릿한 그림자를 보았다. 이어서 기대가 가득한 세 아이들을 보았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엄마가 다시는 너희들을 떠나지 않을게.” 엄마가 울며 하는 말에 세 아이는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돌아가는 차에서 유담은 엄마의 품에 안겨 작은 입을 엄마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엄마, 앞으로 화가 나면 가출해요. 대신 우리도 데리고 가요!” 그의 말을 들은 원유희는 가슴이 아팠다. 김신걸의 날카로운 눈빛을 느낀 그녀는 유담을 꼭 안고 한 손으로는 조한과 상우를 껴안았다. 어전원으로 돌아오자 원유희의 마음에 격한 파동을 일으켰지만 통제력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병원에서, 그리고 차에서 원유희에게 한 말이 그녀 마음속의 공포를 약화시켜 천천히 그녀의 마음속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해림은 가정부들을 데리고 마중 나오며 말했다. “김 대표님,
이때 해림이 걸어와서 말했다.“사모님, 김 대표님께서 서재로 오시랍니다.”원유희는 다리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웅크리고 물었다.“왜?”“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김 대표님께서 그저 사모님을 모셔오라고 하셨어요.”해림은 얼굴에 공손한 웃음을 띠고 말했다.원유희는 흐트러지지도 않은 옷깃을 다듬었다. 그건 긴장할 때 나타나는 행동이었다.그녀는 서재에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김신걸이 존재하는 공간에는 엄청난 압박감이 있어 원유희의 가냘픈 몸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김신걸은 소파에 앉아서 긴 두 다리를 꼬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마치 마굴에 들어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어린 짐승을 보듯 그녀를 보고 있었다.“왜 오라고 한 거야?”원유희는 불안을 억누르고 물었다.“이리 와.”원유희는 머뭇거리며 걸어갔다.원유희가 곁에 도착하자마자 김신걸은 그녀를 끌고 가 자신의 튼튼한 허벅지에 앉혔다.“아…….”원유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아이들이 곧 수업이 끝나는데 이러지 마…….”김신걸은 원유희의 턱을 잡고 그녀를 도망갈 수 없게 했다.그는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응시하며 말했다.“애들에게 네가 거절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해.”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왜? 내키지 않아?”“아니…….”원유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부터 김신걸의 불안정적인 성격을 추측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한 글자를 잘 못 말해도 미친 것 같이 변하니 너무 무서웠다.원유희는 순순히 일어서서 서재문을 잠그고 돌아와 다시 김신걸의 다리에 앉았다.“이렇면 돼?”김신걸의 화난 마음은 순식간에 평온해졌다. 그는 팔을 벌려 원유희의 부러질 것 같이 가녀린 허리를 안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떠나서 어떻게 날 보완할 건데?” 김신걸의 뜨거운 기운이 그녀의 여린 얼굴에 분출되어 화상을 입은 것 같이 화끈했다. 그녀는 김신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의 순발력과 집착은 그런 면에서만 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매번 이럴 때마다 원유희는 세계의 종말 같았다. 쇄골이 김신걸에게 물려 아플 때 서재 문에서 노크소리가 전해왔다. “엄마, 아빠, 문 열어요.” “문 열어요!” “문 열어요!” 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들은 뛰어올라 손잡이를 잡아서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엄마, 아빠, 문 열어요! 우린 엄마 아빠의 귀염둥이예요!” 유담이 다급해서 말했다. 조한은 짧은 다리로 문을 걷어차면서 말했다. “안에서 뭐해요? 아빠 또 엄마를 괴롭히고 있죠?” “문 열어요!” 상우도 화가 나서 문을 걷어찼다. 한 명은 문을 두드리고 다른 두 명은 문을 걷어차며 소란을 피웠다. 그러자 해림이 황급히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소란 피우지 마. 김 대표님과 사모님은 감정을 키우고 있는 중이야. 너희들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김 대표님께서 화내실 거야.” “왜 우리가 있으면 감정을 키우지 못해?” 조한은 허리를 짚고 어른처럼 말했다. “그게…….” 해림은 대답을 할 수 없어 머뭇거렸다. 그러자 상우가 그의 말을 끊었다. “우린 엄마 곁에 있을 거예요, 우리를 막지 마세요!” “어…….” 해림은 말을 하지 못했다. “우리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우리 화날 거예요. 우리가 화나면 엄청 무서워요!” 유담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림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말하려고 하는데 서재의 문이 열렸다. 김신걸은 도깨비같이 나타나 그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왜 소란 피워?” 그러자 세 어린이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엄마 찾아요!” “너희들은 이미 젖 먹을 나이가 지났어. 다시 소란 피우면 밖에 나가서 자!” “아아아아! 아빠 나쁜 사람이에요!” 조한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김신걸은 그를 무시하고 해림에게 압력을 가했다. “세 아이도 해결하지 못하다니, 너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는구나.” 해림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제…… 제가 지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 아이는 정령처럼 서재로 들어갔다.
원유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김신걸에게 미소를 지을 때의 심정이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상실증이 걸렸을 때의 일인 것 같은데.’ 그것마저도 김신걸이 그녀에게 가한 상처들 때문에 흐릿해졌다. 원유희는 잘 알고 있었다. 김신걸의 사과와 자신의 미소가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녀는 아이들이 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그들을 끌고 나갔다. “가자, 가자.” 김신걸을 원유희가 세 아이를 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원유희는 확실히 나한테 웃어야 해. 잘못이 있는 사람이 용서를 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리고 웃는 것은 용서를 구하는 방식 중의 하나고.’ 그래서 밤이 되자 김신걸은 강제적으로 원유희를 침대에 눕히고 말했다. “웃어봐.” “뭐라고?” 원유희는 그가 낮에 서재에서 중단된 일을 마저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웃어보라고 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유담의 말 때문인 것 같았다. “웃음이 안 나와?” 김신걸은 냉혹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보며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이 즐거운 일이 있어야 웃을 수 있지!” 원유희는 김신걸을 마주할 때 두려움밖에 없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겠어? “내가 웃으라고 하면 웃어.” 김신걸은 강압적으로 말하며 원유희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원유희는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두려웠다. 왜냐하면 자신이 도망친 벌을 받지 않은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지금 김신걸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발산할 곳이 없는 화가 차여있어! 그러니까 웃으라면 웃고 울라고 하면 울지 뭐.’ 원유희는 김신걸을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아이들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웃었다. 그녀가 미소를 짓자 청아하고 맑은 눈이 등불아래에서 미세한 빛을 띠었다.김신걸은 넋이 나가 원유희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누군가에게 꽉 잡힌 것처럼 심장이 조여와 숨을 가쁘게 쉬었다. 공기 중에 끈적한 침묵이 흘러 사람을 약간 질식하게 했다.
임민정은 놀라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걸어갔다. “사모님, 그건 제 물건이에요. 혹시 분부하실 것이 있습니까?” “지난번에 윤설이 여긴 왜 왔어?” 원유희가 물었다. 언론에서 아이들에 관한 뉴스를 발견한 후부터 원유희는 매일 최신 소식을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윤설이 올린 셀카 사진을 보았다. 어전원에 대해 뼛속까지 잘 알고 있는 원유희가 그 사진의 배경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임민정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 “여기 와서 돌아보더니 나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어요. 올 때마다 오래 있진 않았지만 매일 왔었어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자기가 여기의 여주인이라고 했어요.” 원유희는 김신걸의 허락 없이는 윤설이 들어올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그녀가 와서 셀카를 찍은 것은 김신걸이 허락한 일이었어. 그럼 필사적으로 날 찾아서 데려온 이유가 뭐야?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너 윤설이랑 밀접하게 연락했지?” 원유희가 물었다. 임민정은 눈을 굴리더니 말했다. “윤설아가씨가 어전원에 올 때마다 날 찾아서 얘기하긴 했지만 익숙한 편은 아닙니다.” “이 보관함 안의 액세서리가 모두 해서 몇 천만 원은 되는데, 가정부가 무슨 돈으로 이렇게 비싼 걸 산 거야?” 원유희는 몸을 돌려 탐구의 눈빛으로 임민정을 바라보았다. “그건…… 제 남자친구가 사준 거예요.” “내가 네 통장 조사해 볼까? 누가 돈을 준 건지.” 임민정은 조사만 하면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일단 인정하고 다시 우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윤설아가씨가 준 거 맞아요. 난 거절했어요, 그런데 윤설아가씨가 계속 제 통장으로 입금한 거예요.” “윤설이 너한테 뭘 시켰는데?” “그냥 사모님과 김 대표님의 일을 자기에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을 시키면서 그렇게 많은 돈을 준다고? 이 액세서리들을 산 돈이 전부는 아니지?” 원유희는 냉소하며 팔찌를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팔찌는 쨍그랑하
“그럼 우리 한번 해볼까?” 원유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녀의 입가엔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원유희의 표정을 본 임민정은 내심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짝하는 소리와 함께 원유희의 손바닥이 임민정의 뺨을 갈겼다. 임민정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말했다. “왜 날 때려요? 내가 이 집의 가정부라고 해도 마음대로 사람을 때릴 순 없어요. 내가 김 대표님한테 가서 이를 거예요.” 말이 끝나자 뒤돌아서서 울며 뛰어나갔다. 나가면서 마침 해림을 만났는데, 그녀는 마치 엄청난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말했다. “큰 집사, 사모님이 나를 때리고 내 보관함까지 부쉈어요…….” “너 뭐 잘못했는데?” 해림의 첫 반응은 임민정이 뭔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방에 들어가서 쉬려고 하는데 사모님이 안에 있었어요. 그리고 사모님이…… 자기보다 예쁜 가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어요.” 임민정은 울면서 말했다. 해림은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걸어오는 원유희를 보았다. 원유희의 얼굴에는 긴 흉터가 있어 미감에 영향을 주었다. 때문에 임민정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원유희는 그곳에 서서 거짓말을 하는 임민정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다면 원유희는 자기 얼굴에 있는 흉터를 잊고 있었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들이 그녀 얼굴의 흉터를 보고 혐오감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임민정이 이런 방식으로 나의 얼굴을 비방하다니, 재미있는데. 내가 김신걸에게 안 어울린다는 뜻인가?’ 이때 거실에서 차분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대리석에서 나는 박자국소리는 아주 위압적이었다. 이어 김신걸이 먼 곳에 서서 매처럼 카리스마 있는 검은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회사에 갔다가 일찍 돌아왔나 보다.’ 임민정은 자신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울면서 김신걸에게로 다가갔다. “김 대표님, 사모님이 내 얼굴을 때려서 부었어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사모님이 자기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