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이가 의아해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왜 그래?”진예은은 심호흡을 깊게 하고 입을 열었다.“이게 원작이야. 표절했어.”강유이가 진예은의 노트북을 들고 소파로 갔다. 자세히 내용을 확인하더니 대본을 들고 대조도 해 보았다. “세상에, 배경과 인물의 이름만 바꾸고 그대로 베꼈네?”그녀가 노트북을 내려놓으며 물었다.“판권은 있고?”“있어. 인터넷에 올리기만 했고 판권을 팔지 않았어. 만약 사려했다면 나한테 알렸을 거야.”하지만 그녀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이렇게 표절당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강유이는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원작 소설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4년 전에 업로드되었고 이미 완결된 상태였다. 그것은 플랫폼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다음날, 강유이는 대본과 원고를 들고 제작사를 찾았다. 내용을 확인 한 그들도 머리가 아팠다. 표절과 관계되어서 제작해 낸다 하더라도 문제 될 것이 뻔했다.제작사는, “ 유이 씨, 우리가 판권 부문에 확인해 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강유이와 진예은은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제작사가 판권회사에 연락하자 그쪽에서 급히 사람을 보냈다. 그 결과, 돌아온 회답은 표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저 판권을 사들인 후 수정했을 뿐이라고 했다.진예은이 벌떡 일어났다.“말도 안 돼요. 판권을 산 거 라면 제가 모를 리 없잖아요.”그들은 서로 바라볼 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합의점을 찾지 못해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그들은 하는 수 없이 편집장을 찾았고 그가 직접 제작사로 왔다. 그는 각종 문서와 계약서를 바리바리 챙겨왔고 그 계약서가 바로 판권 양도를 동의 한다는 것이었다.진예은은 계약서에 적힌 양도한 회사가 해외 플랫폼이란 것을 확인했다. 대략 2천 만 원 정도에 양도했고 싸인 명은 그녀의 초창기 필명이었다. 그녀는 그자리에 벙지고 말았다.“어떻게 이럴 수가...”편집장, “우리 작가는 판권을 소유한 후에 수정한 것이니 표절은 아니에요. 원문 작가가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녀는 진지하게 진예은을 바라보았다.“이건 플랫폼의 문제야. 절대 그들이 이렇게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둬선 안 돼. 이참에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우리가 무서워할 줄 아나보지?”진예은은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고마워 유이야. 근데 난 싸우지 않을래.”강유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그들은 널 이용했어...”그녀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들이 나를 이용한 건 맞지만 동시에 창작할 기회도 준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여기를 떠나면 돼.”그녀를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그녀에게 빨때를 꽂고 단물까지 빼 먹으려 하고 있다. 이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저녁, 빈해별장.샤워를 마친 진예은은 편집자의 전화를 받았다.“예은 씨, 이건 무슨 뜻인가요? 계약을 해지하시겠단 말씀이세요?”진예은은 머리를 말리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계약을 해지할 거예요. 이미 결정을 내렸어요.”“미쳤어요? 우리가 홍보해 줘서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고 좋은 기회까지 마련해줬는데 해지하고 싶다고 해서 해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녀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저 몰래 당신들은 나의 저작권까지 팔아넘겼어요. 내가 여기서 얼마나 더 당해야 하나요?”편집자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애써 아닌 척하며 대꾸했다.“소설 몇 개를 썼다고 해서 본인이 유능한 작가라고 착각하나 본데요. 우리가 당신에게 기회를 준 거에요. 계약이 끝나지 않았는데 해지한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요? 이 책의 저작권은 우리 회사에 귀속될 거예요. 그리고 몇 달간의 원고료도 받지 못할----”상대방의 말은 길어졌다. 듣다 못 한 진예은은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렇게 잠시 그대로 있던 그녀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그때 하나의 실루엣이 문밖에 오래전부터 서 있었다. 그러다 점차 가까이 다가 오기 시작했다.진예은은 땅바닥에 드리운 낯선 그림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고개를 돌려본 그녀의 눈에 빛을 등지고 서 있는 남자가 보였고 그것이 반재신이란 걸 알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
그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가 몸을 일으키며 헛기침했다.“드디어 그럴듯한 말을 하네.”진예은이 싱긋 웃었다.“넌 침묵할 때 제일 멋있어.”반재신, “...”평소같으면 핀잔을 주기 바빴을 것인데 그녀가 기분이 좋아 보이니 그는 참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한참 아무 말이 없었다.참다못한 진예은은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물었다.“계속 벙어리처럼 말하지 않을 거야?”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그저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그래?”진예은은 조용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켰다.오만한 건 알았지만 그 속에 이런 귀여움이 있을 줄은 몰랐다. 침묵할 때가 더 멋있다는 말에 진심으로 이입하는 그가 그녀는 웃겼다.반재신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이제 기분이 많이 나아졌어?”그녀의 웃고 있던 얼굴이 순간 경직되었다.혹시 편집자와의 통화 내용을 들은 것은 아니겠지?진예은은 시선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많이 나아졌어.”“그럼, 먼저 자. 난 손님방에 가 있을 거야.”반재신이 떠나려는데 진예은이 그의 옷을 잡았다.“네가 없어서 내 기분이 또 안 좋아지면 어떡해?”반재신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애교를 부리는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생각에 잠긴 그는 피식 웃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리고 몸을 내려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내가 필요하다고 그냥 말해.”진예은은 그의 옷을 홱 잡아당기고 순식간에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녀의 행동에 놀란 반재신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너...”진예은이 그의 입술을 막으며 말했다.“내가 리드할께.”아침 6시, 날씨는 조금 쌀쌀했다.반재신은 차를 반씨가문의 정원에 세워두고 핸들을 잡고 엎드려 있었다. 그의 귀는 아직도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여태까지 그는 리드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어젯밤에는 주도권을 잃은 채 당하고 있었고 심지어 옴짝달싹도 못 했다.진예은의 능수능란한 테크닉에 그는 정신을 못 차렸다.그는 몸을 일으키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임 매니저님, 혹시 미스터리 장르를 계획 중인 감독님 아세요?"강유이가 갑자기 임석진에게 물었다."그건 왜 갑자기 묻는 거예요?""저한테 작가 친구 하나가 있는데 미스터리 극을 잘 쓰거든요.""잠깐."강유이의 말을 듣던 임석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유이 씨, 유명한 감독들은 인기가 많은 웹소설을 각색한 대본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물론 투자자들의 입맛에도 맞아야 하고 후기의 이익, 원가, 촬영 효과 다 고려해야 하고요. 유이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찍고 싶다고 해서 찍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어느 감독도 자기가 수많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결국 망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이거 어떤지 한번 보실래요?"임석진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대본 하나를 그에게 건네며 물었다.강유이에게서 대본을 받은 임석진은 대충 내용을 훑어보다 갑자기 집중했다. 그렇게 그는 30여 분을 들여 대본을 다 읽었다."스토리 탄탄하네요, 배경도 좋고 반전도 있고.""사실 저 이 작품 하고 싶어요, 그런데 작품 작가가 제 친구인데 회사에서 친구 몰래 저작권을 팔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인물이랑 배경을 바꿔서 출판한 거예요. 저작권은 나중에 구매한 작가의 것이지만 그 사람도 결국 제 친구 덕분에 그렇게 된 거예요.""그래서 지금 친구를 위해 기회를 찾고 있는 거예요?""친구 재능이 묻히는 건 원하지 않거든요.""유이 씨 어느 친구분을 말하는 거예요?""아, 매니저님도 알고 있을 거예요. 저를 도와주고 있는 그 조수 친구."임석진은 그 대답을 듣곤 멈칫했다.강유이가 작업실로 돌아오니 한태군이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잡지를 보고 있었다.하얀색의 와이셔츠를 입은 그는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오빠, 여기는 왜 온 거야?"강유이가 웃으며 한태군에게 다가갔다."유이 보러 왔지."한태군이 잡지를 접어 옆에 두더니 강유이를 자신 쪽으로 끌고 와 그녀를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다른 사람한테 들킨 거 아니지?"자연스럽게 한태군의
AM그룹양우빈이 해외소설 플랫폼 작품의 저작권 계약서를 반재신에게 건네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대표님, 이 책들의 저작권은 왜 사라고 하신 거예요?""양 비서님은 알 필요 없어요, 그리고 제가 저작권을 샀으니 다시는 그 어떠한 명의로 작품의 작가에게 돈을 요구하지 말라고 플랫폼에 전하세요."반재신이 단호하게 말하자 양우빈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그리고 그는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하서함을 만나게 되었다."하서함 씨, 안녕하세요."양우빈에게 고갯짓하는 것으로 인사를 한 하서함의 손에는 자료들이 들려있었다."재신 씨 안에 있죠?""네, 자료를 제출하시려고 하는 건가요? 재무팀에서 지정된 인원이 자료를 제출하고 있으니,모든 일을 하서함 씨가 직접 할 필요는 없습니다."하서함은 재무팀의 파트장 자리에서 실습하고 있었기에 서류 전달 같은 일은 그녀가 할 필요가 없었다."괜찮아요, 배우러 온 사람이니 모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는 없잖아요."하서함이 웃으며 말하자 양우빈이 자리를 떴다.하서함이 유리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반재신이 무언가를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네."하서함이 노크하자 반재신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반재신의 대답을 들은 하서함은 사무실로 들어와서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그녀의 눈에는 저작권 계약서와 작품을 든 반재신의 손이 들어왔다."재신 씨도 소설 좋아해요?"소설의 저작권까지 살 정도라니.하서함의 말을 들은 반재신이 계약서를 한쪽으로 치우고 하서함이 가지고 온 서류를 가져왔다."그렇다고 할 수도 있죠. 재무 쪽 일에 이미 익숙해진 것 같은데 언제 운경그룹으로 돌아갈 생각인 겁니까?""재신 씨 지금 저 쫓아내는 거예요?"하서함이 약간 굳은 얼굴로 억지웃음을 지어내며 물었다. "운경그룹으로 가서 배우는 게 여기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적합할 겁니다."담담하게 이어지는 반재신의 말을 들은 하서함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자기 아버지의 소개로 반재신을 안 뒤로부터 쭉 그와 친해지
"괜찮아, 나 아직 젊잖아, 글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진예은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강유이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잖아, 이건 완전 강도 짓이야."계약을 해지한 뒤, 저작권이 회사로 넘어간 것도 그런데 진예은이 돈도 가질 수 없다고 하니 강유이는 무척 화가 났다. 그녀는 이런 강도 같은 플랫폼은 망해버려도 시원찮다고 생각했다."유이야, 너 그 대본 좋아했잖아, 그거 너 해."진예은이 강유이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하지만…"강유이가 그 작품을 하지 않은 이유는 원래 진예은의 것이어야 했을 작품이 저작권 문제 때문에 다른 이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강유이는 자신이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그 작품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예은은 강유이가 자신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저작권 이제 내 것도 아니라서 나랑 크게 상관없어,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내가 쓴 거잖아, 그래서 나는 네가 그 작품 했으면 좋겠어."그 말을 들은 강유이는 결국 그 작품을 하기로 하고 한월생의 역할을 맡기로 했다.한월생은 진예은의 원래 작품 속의 리타 아가씨였다. 귀족의 아가씨로서 연쇄살인 사건과 얽히고 얽힌 아름답고도 신비스러운 여자였다. 작품 속에서 그녀는 경찰의 용의선상에 올라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인물이었다.하지만 작품은 하반기에 정식적으로 촬영을 앞두고 있었기에 강유이에게는 기나긴 준비시간이 주어졌다.그리고 그때, 그녀는 낯선 이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강유이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얼어버렸다.한편, 진예은은 TY 엔터에서 강유이를 기다리며 새 작품을 계획 중이었다.그때, 직원 한명이 노크했다."예은 씨, 누가 예은 씨를 찾아왔어요.""저를요?"진예은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왔을 때, 소파 위에 앉아있던 여자를 보게 되었다.그녀는 바로 하서함이었다."하서함 씨?"진예은이 미간을 찌푸린 채 하서함에게
하서함이 진예은과 반재신의 사이를 알고 그녀를 찾아온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예은 씨는 왜 공개 안 하는 거예요?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거죠?"하서함이 탐문하듯 진예은에게 물었다.두 사람이 정말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공개했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건 그 관계가 정당하지 않다거나 혹은 두 사람의 배경이 너무 많은 차이가 난다는 걸 의미했다."그 이유에 대해서 왜 반재신에게 물어보지 않은 거죠? 반재신이 기꺼이 알려줬다면 저를 찾아와서 이렇게 물을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렇죠?"담담하게 대답하는 진예은을 본 하서함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하서함은 진예은이 반재신과의 신분 차이 때문에 감히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재신은 반 씨 집안의 도련님이었고 AM 그룹의 후계자였기에 그의 아내도 그를 도울 수 있는 재벌 집 아가씨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서함은 궁금하기도 했지만 진예은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일부러 그녀를 찾아왔던 것이었다.진예은은 하서함의 신분도 알고 있었고 반 씨 집안과 하씨 집안의 사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기에 똑똑한 사람이라면 알아서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진예은이 주동적으로 물러나는 것, 그것이 바로 하서함이 원하던 결과였다.하지만 하서함은 진예은을 너무 얕잡아보고 있었다.하서함 같은 연적을 앞에 두고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건 집안 배경을 숨겼다거나 반재신이 그녀를 무척 아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예은 씨 어느 집 아가씨예요?"하서함이 웃으며 물었다."아가씨랑은 거리가 멀어요."진예은의 대답을 들은 하서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반재신이 진예은을 무척이나 아껴주고 있다는 것일까?그렇다면 왜 진예은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걸까?"제가 알기로 반 씨 집안의 요구가 굉장히 엄격해요. 연애는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결혼은 집안의 뜻에 따라서 해야 해요. 예은 씨 반 씨 집안 도련님의
하지만 두 사람은 바로 뒤에 앉은 여자가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뭐야, 네 아들 몰래 연애하고 있었던 거였어?"송아영이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강성연의 손을 치우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나 진작에 알고 있었어."강성연이 대답했다.그녀는 진작에 반재신과 진예은의 사이가 단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이었다니."그래서 너는 재신이가 좋아하는 저 아가씨 편이야? 방금 들어보니까 말도 잘하던데, 나 너희 아들 와이프 자리에 관심 없다는 여자 처음 본다."송아영이 강성연의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반재신이 돌아와 AM 그룹을 인수받은 뒤로 서울의 긴다 난다고 하는 집안의 아가씨들은 모두 그를 일등 남편감으로 뽑았다.하지만 반재신은 그동안 여자를 만날 틈도 없이 바빴다. 강성연은 그가 그런 생각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공개하지도 않고 몰래 만나고 있었던 거였다니."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고 사냐?"강성연이 송아영의 머리를 밀치며 말했다."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얘기가 이런 얘기 아니야? 김아린 불러서 같이 얘기하고 싶은 지경인데."강성연은 어이없다는 듯 그런 송아영을 보다 텅 비어버린 테이블을 바라봤다.진예은…역시 영국인답게 생각도 대범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자신감도 넘쳤다, 그 자신감은 집안 배경과는 연관이 없었다. 이렇게 자유롭고 독립적인 독특한 성격을 가진 여자였으니 반재신이 관심을 가진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강성연은 생각했다.저녁, 해빈 별장 구역.밥하기가 귀찮았던 진예은은 돌아가는 길에 저녁을 포장해서 별장으로 돌아갔다.오후에 강유이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강유이는 아직 대답이 없었다.그리고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소파 위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던 반재신을 보게 되었다. 그를 본 진예은은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침착하게 신을 바꿔 신었다."밥할 줄 몰라?"진예은의 손에 들린 음식을 본 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알아, 귀찮아서."진예은이 음식을 테이블 위에